수필 (삼단논법)

온종일 삯방아를 찧어 죽 한 그릇을 들고 부지런히 어린 자식들에게로 돌아가던 한 여인이 고개 밑에서 범을 만났다. 그리하여 이 애중히 여기는 죽을 빼앗기고 왼쪽 팔에서 바른쪽 팔로 왼쪽다리에서 바른쪽 다리로 다만 살고 싶은 마음에 이처럼 그 범에게 주어 오다가 야금야금 베어 먹던 범에게 마지막에는 자기의 생명까지도 빼앗기고 마는 고담이 있다. 이것을 다만 고담으로 돌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나는 이 이야기 속에서 약한 자의 어찌할 수 없는 … Continue reading 수필 (삼단논법)

Inmate 간증

여기 켈리 페츄리아 프리즌은 이민국 가기 전 교도소로 임시 우리가 있지만, 레벨 4로서 우리도 똑 같이 프로그램을 해서 얼마나 숨 막히는지, 지난 두 달 동안 여기서 살면서 2년을 산 기분이 든다. 그리고 보통 야드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30년, 40년, 50년형을 받은 사람들이 수두룩하고 집에 영원히 못가는(가석방 없는 종신형) 31세의 한인형제도 보았고 또 30~60%가 여기 레벨 4에서 종신형을 받고 있었다. 그들을 보면서 난 행운아라고 생각했다. 나는 항상 … Continue reading Inmate 간증

사랑이야기 (신체 언어)

애리조나의 한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젊은 여성의 진술에 따라 한 용의자가 수사망에 올랐지만 그 용의자의 태도는 너무나 당당하고 진술하는 내용도 그럴싸했다. 자긴 도무지 저 젊은 여성을 본 적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퇴근한 뒤 길을 따라 바로 왼쪽으로 돌아서 집으로 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로 이때, 수사관은 그가 왼쪽으로 돌아서 갔다는 말을 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손이 오른쪽을 가리키는 것을 눈치 챘다. 이 방향은 정확히 성폭행 현장으로 … Continue reading 사랑이야기 (신체 언어)

노래는 즐겁다

나도 한때 기타를 쳤다. 한국 젊은이 중에 기타를 못 치면 간첩이라 불리던 70년대 초, 아직 고등학생이던 나는 기타를 배우러 부모님 몰래 음악학원엘 들락거렸다. 종로 뒷골목 허름한 벽돌 건물, 엘리베이터도 없이 삐걱거리는 계단을 올라가면 삐딱하게 담배를 꼬나문 선생님이 ‘가수양성’이라는 간판을 걸고 여러악기를 다 가르쳤다. 요즘 말로 해서 유난히 기타에 필이 꽂힌 이유는 당시 유명 가수들이 나팔바지를 입고 나와서 다리를 흔들어 댈 때 한결 같이 기타 하나씩은 … Continue reading 노래는 즐겁다

2013년 3월경

2013년 3월경에 20살인 한인 청년이 수감되었습니다. 사회적 기피 관련의 사건으로 홀어머님과 누나와 함께 살다가 사건이 일어나 수감되었던 것 입니다. 이 형제는 머리도 붉게 물들이고 연예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공부는 뒷전이고 완전히 흥미를 잃었던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LA County Jail 에서 만났습니다. 매주 만나서 성경공부와 기도로 변화가 되었고 그 형제의 어머님도 주님께 간절히 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주님께서 기적을 베푸 셨습니다. 이 형제는 최소한 … Continue reading 2013년 3월경

편집후기 (8/2018)

지난달 선인장에 실린 ‘광야에서의 9월이 오면’과 ‘사랑이야기’에서 쿠키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예전과 달리 계절에 대한 감각이 예민해져가는 나이가 되었음일 것입니다. 쿠키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개가 있습니다. 제가 결혼하기 전부터 시집에서 기르던 3살쯤 되었던 코코라는 개입니다. 노란색이 아닌 누렁 색이고 귀가 빳빳하게 서 있고 꼬리가 동그랗게 말려 있어서인지 모두들 족보가 있는 양반집 진돗개(?)일거라고들 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얼굴에 비해서 귀가 작은 것이 틀림없이 … Continue reading 편집후기 (8/2018)

돌아본 대한민국 70년

한국은 35년래의 폭염이 밀어닥친 7월의 마지막 주말,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전국은 온통 용광로처럼 들끓어 올랐다.’기록적 폭염이 이어진 올해 여름의 얘기가 아니다. 1977년 8월 1일자 동아일보 기사다.   ▷1940∼80년대 날씨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혹한’이었다. ‘동장군’이란 말이 1950년대 주요 키워드로 꼽혔을 정도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무더위를 더 겁내는 상황으로 반전됐다. 신문 지면에서 ‘혹한’보다 ‘폭염’이란 단어의 사용이 늘어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특히 기록적 폭염을 … Continue reading 돌아본 대한민국 70년

노새

큰 짐 나르는 데는 노새만한 동물이 없다. 암말과 수탕나귀 사이에서 태어난 노새는 적게 먹고 엄청난 노역을 하는 능력 때문에 3000년 전부터 짐 나르는 동물로 쓰였다. 하지만 또 노새만큼 서글픈 삶도 없다. 등이 벗겨지도록 일하다 힘이 쇠하면 곧장 폐사당하고 만다. 새끼를 낳을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서양에선 작은 트랙터나 광산의 갱차를 노새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여자들이 신는 굽 높은 슬리퍼 별칭도 노새(mule)다. 하나같이 작은 몸피에 큰 노고가 필요한 … Continue reading 노새

나 여기 이렇게

나 여기 이렇게 서 있는데 거울에 담긴 넌 또 누군가 시다 짜고, 쓰다 달고, 맵다 쏘는 그런 것이 사는 맛인가 오선지에 춤을 추는 색다른 음악처럼 유행 따라 사노라면 그것이 인생이랴 한적한 도로변을 묵묵히 지켜주는 휴게소 같은 것이 행여 아닐까 알몸으로 태어났다 영만 홀로 떠 날 것을 권세 명예 재물 향락 그 까짓 것들 다 뭐할라꼬 세월 따라 머물다가 잊혀지고 말 것인데 그 무엇 취하려 애 … Continue reading 나 여기 이렇게